세상/IE들

2호의 한글 숙제

guramcdowell 2020. 7. 15. 13:51

코로나-19로 인해, 1호는 목, 금만 등교, 2,3호는 매일 등교 하지만 3호는 병설유치원인지라 안 가고 싶다고 하면 안 간다.
학교 생활을 한다는 건 집에 숙제를 들고 온다는 얘기가 된다.
아직 한글을 완벽히 모르는 2호는 한글 공부를 많이 한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한글을 아는 식구 누구든 그의 선생이 되어 기꺼이 알려 준다.
2호가 한글 숙제할 때의 엄청난 산만함을 정리해 본다.
1단계는 망각의 단계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스스로 숙제가 없다는 주문을 외우는 듯하다.바로 잠자기 전 엄마가 묻는다. 학교 숙제 다 했니? 잠시 머뭇 거리다, 아... 맞다....라고 얘기를 하고 부산스럽게 가방을 뒤적이며 숙제 종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2단계는 졸림의 영 초청 단계
졸려, 졸려 라는 주문을 외우며 종이에 적힌 글자를 따라 쓰기 시작한다. 몸을 배배 꼬며, 정말 졸린데...라는 나지막한 주문을 외운다. 주문이 엄마/아빠에게 먹히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단계는 졸림의 영을 내쫓는 단계
물먹고 와도 돼요? 응, 먹고 해.오줌 싸고 와도 돼요? 응, 싸고 해.새수하고 와도 돼요? 응, 하고 해.
이렇게 졸림의 영을 내쫓아 보지만.... 졸림의 영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이쯤에 등판하는 선수가 3번이다. 3번은 아직 공부를 시작하지 않아, 형아가 하는 것이 항상 신기해 기웃기웃거린다. 기웃거림을 잘 못해 형아의 심기를 건드리면, 둘이 티격태격하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4단계는 부모님 투입의 단계
숙제하다 왜 싸워?로 시작되는 엄마, 아빠의 물음에 힘듦과 짜증이 뒤섞인 감정을 가진 2호는 바로 울음을 터트린다. 2,3,호가 한바탕 꾸중을 듣고 3호는 침대에 바로 누워 꿈나라로 가고, 2호는 새수한번 하고 집중력을 불태워 숙제를 마무리한다.  그리고는 침대로 가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는 얘기한다. 아... 오줌 안 싸고 왔다.. 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침대에 눕는다.
2호에게 아내는 얘기한다. "학교에서 오면 먼저 씻고 가방에 있는 물통을 싱크대에 넣고 숙제를 꺼내 숙제부터 해. 그래야 네가 안 힘들어."2호는 "예"라는 주문을 걸고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