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계약기간이 끝나서 다른 곳으로 회사 숙소가 바뀌었다.
회사 입사 시 가끔 가족이 올 수도 있으니 큰 평수로 숙소를 잡아 준다고 했었는데, 이곳에 말하는 미니투룸_원룸에 방하나 있는걸 숙소로 잡아줬다. 거창하게 대표는 얘기를 했지만 막상 잡아준 숙소는 이런 곳이었다.
숙소를 잠만 자는 곳으르 생각을 하는 나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부여되거나 불편이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대학가 원룸,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아, 어디선가 화장실 사용하는 소리, 말소리 등등의 온갖 소음이 버무려져서 어느 곳에서 오는지도 알 수 없었고, 매일 밤 크게 소리 지르는 미친놈이 어느 곳에 사는지도 알 수 없었고, 문을 닫아 놓은 여름에도 자고 있으면 귓가에 와서 인사를 하는 모기들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건물 주차장에는 잡동사니들이 쌓여있어 주차를 할 수 없었고, 계단 곳곳에는 물건이 적체되어 있어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곳이 자신이 와보고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문열어 놓고 좌변기에 앉을 수 있었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확보되었고, 물은 잘 나왔고, 책상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가 있는 곳이었다.
지금 집을 얻어 주기전에 대표는 내가 있는 사무실에 찾아와 얘기를 건넸다. 불편하지 않은 곳으로 알아보고 있다며, 최대한 나의 상황과 나를 대우하며, 배려해 주는 것처럼 얘기를 했다.
막상 주소를 받아 찾아간 곳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네는 지저분했으며, 위치는 모텔촌 안, 옆에는 폐공장.
번호를 눌러 들어간 302호는 가로 2m, 세로 2m 의 방에 주방문, 베란다문, 현관문, 화장실 문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화장실은 샤워를 할 공간도 없는 비좁은 곳이었고, 좌변기의 위치로 인해 문이 활짝 열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렌선과 공유기는 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벽을 뚫어 안으로 집어넣은 이름 모를 선들이 돌돌 말려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하며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내가 나의 가족을 희생하며 이러고 있는 거지?
내가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지?
라는 거지? 거지? 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괘씸한 생각과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말이라도 안 하고 이런 곳으로 구해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했으면 이런 배신감들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출장간 사이 팀원 중 1명을 불러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했다고 한다. 하소연을 들은 팀원이 나에게 대표가 너무 짠해요라고 얘기를 했다. 나는 그런 마음은 직장인이 가지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다.
이거 다 대표껀데, 대표가 힘든 건 당연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면 된다. 대표도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경영이라는 선택을 하고 있는 거다.라고 얘기를 했다.
나는 다짐 한다. 받은 만큼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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