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를 마치고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하루는 내 사무실에 데리고 와서 이것저것을 시켰다. 투덜대지만 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내가 있는 곳은 대학교 안에 있다. 밤 늦에 학교에 왔지만 건축학과 학생들이 전시회 준비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봤다.
나는 아이에게 너는 네 나이의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노력의 무게가 다르니 인문계를 가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네가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을 할 때 가슴이 뛰며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지금은 모른다. 평생 모른 체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가 네 인생의 등불이 되지 못하지만 운 좋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는 줄 수 있다.
아이는 인문계를 가겠다고 했다. 인문계를 가면 잠도 적게 자야하고 의자에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데도 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컸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중2, 15살, 20살까지 5년.
지금 의도하지 않았지만 얻게된 여유의 시간. 나는 아이가 책도 보고 운동하며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법도 배웠으면 한다.
이쯤이면 사춘기로 반항도 하고 대들기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아이의 도전을 받아 보지 못했다.